택시에서 내린 성운은 제 앞에 서있는 성우의 시선을 피했다. 으이구… 말한 성우가 성운에게 휴지 한 뭉텅이를 건넨다. 고맙다, 답하고선 휴지로 얼굴을 훑어낸 성운의 눈가가 붉었다. 그러게 내가 뭐랬냐- 이어지는 성우의 잔소리에 성운은 귀를 틀어막았다. 그딴 소리 들으려고 너 불러낸 거 아니거든! 소리친 성운이 성우를 노려봤다. [년운] 소아과 선생님, 환자...
성운은 그 이후로 정말로 병원에 가지 않았다. 갈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이제는 정말로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고, 수능이 끝난 뒤 당당하게 병원을 가자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누가 봐도 헤어진 모습이었어, 그거. 더 늦기 전에 이 기회를 이용해야 돼- 이를 갈며 막바지 수능 준비를 마친 성운은 부모님, 그리고 성우의 응원을 받고서 수능을 치뤘다. [년운] 소...
정신 없이 문제를 풀던 성운은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오후 3시 30분을 향하고 있었다. 대박 곧 있음 선생님 퇴근시간. 주저 없이 펜을 놓은 성운은 독서실 사물함에 놓인 제 손거울을 꺼냈다. 지하주차장에서 기다리면 쌤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었다. 부스스한 머리를 손으로 대충 정리한 성운은 벌써부터 4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4시에 마감하...
19살 성운이에겐 즐거운 취미가 하나 생겼다. 취미라고 한다면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그… 아주 애매한 일상. 학교를 늦더라도 꼭 집 앞에 있는 소아과 병원을 들리기. 집에 늦게 가더라도 학교가 끝나고 꼭 집 앞에 있는 소아과 병원을 들리기. 과외 수업에 늦더라도, 무조건. 맨날 맨날 가자니 너무 눈치가 보여 일주에 세 번으로 줄인 횟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
걸려도 한참은 잘못 걸렸다. 시발- 차마 밖으로 내뱉지는 못한 욕지거리를 속으로만 곱씹으며 성운은 저를 향하는 노골적인 시선을 피했다. 힘을 주어 꼭 쥔 주먹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벌리는 순간 틈 사이로 욕 한 바가지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아 입술을 힘주어 깨물었다. 피식, 저를 비웃는 듯한 얕은 웃음소리에도 성운은 고개를 들 수...
고찰. 들었을 때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상 어렸을 때부터 자주 접해온 단어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특히 과학시간에, 실험 보고서 따위를 쓰게 하는 게 고찰을 접하는 익숙한 방식이었다. 보통 그럴 때, 실험 보고서- 고찰을 쓸 때, 시작은 주제로 시작한다. 예를 들면, 이번 실험에선 ~에 대해 측정을 해보았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 다음 오차의 원인을 중...
당신의 생각으로 보낸 무수한 밤들이 어땠는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잠에 들기 전 까만 어둠이 내 시야에 얹어질 때, 나는 하나의 습관처럼 당신을 떠올리고, 떨린 가슴을 안고 눈을 감았어요. 그 어느 날은 당신도 이럴까 의문이 들었고, 또 어느 날은 당신의 감정이 어떨까 의문이 들었고, 또 어느 날은 당신에겐 나라는 사람은 무엇일까 의문이 들었어요...
빚 문제가 해결되는 듯 싶었지만, 서희의 남동생은 정신을 못 차리고 사업 망하고, 다시 일을 벌이고 다시 망하기를 반복했고, 금방 빚더미에 앉았다. 그 일들은 성우의 귀까지 들어가 버렸다. 고등학생으로 들어서 머리가 제법 큰 성우는 그 일을 견디지 못하고 그 남동생, 제 삼촌한테 버럭하기를 몇 번 했지만 그는 고쳐지지 않았다. 그리고 성우는 그 집에서 나와...
서희가 처음 성우를 낳았을 때, 분위기는 가히 과열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두 서희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물론 언론에 새어 나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서희는 그 집에서 꾸역 꾸역 버텼지만, 잠시 다른 곳에서 지내자- 라는 그의 말때문에 서희는 쫓겨나듯이 다른 곳에서 지내야 했다. 지방에 위치한 그의 별장이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성우를 품에 ...
너를 보면 지구의 정반대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거리감이 너무 많이 느껴져서 말이야. 행동 하나 하나마저 거리감이 너무 느껴져서, 너와 가까워질 수가 없어. 펜을 휘갈기며 쓰던 성우는, 결국 마지막에 성운의 이름을 적으면서 펜을 던지듯 놔 버렸다. [옹운] it's mine @imagine_cloud_i 꿈을 꿨다. 꿈인 걸 알면서도, 성우는 깨어나지 못했...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반복이다. 그리고 너도 그 중 하나다. 왜 하필 너일까. 왜 하필 나일까. 우리는 왜 하필 이렇게 엮인 걸까. 이해해보려고 해 봤자 소용 없다. 어찌됐든 간에, 난 너를 가질 거니까. [옹운] it's mine @imagine_cloud_i 안 피곤해? 다니엘의 물음에 성운은 고개만 끄덕였다. 차는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낮...
다니엘 말이 맞았다. 난 상속인이다. 난 상속 받기 위해 태어났고, 존재하고,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날 직장인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는 아직 상속을 받지 못해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서. 그래도 난 다니엘의 말대로 상속인이 맞다. 기업의 대물림을 위해 존재하는 인간이니, 상속받을 권리도 있다. [옹운] it's mine @imagine_cloud_i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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